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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곧 100일이 되는 아기가 있다. 지금까지 봤을 때 아기 기질이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아직까지는 여유있게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기가 잠들 때는 칭얼거릴때가 있기에 유튜브에 있는 쉬~ 소리나 시냇물 소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아내가 휴대폰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내가 보니 몇가지 문제가 보인다.
공기계를 사용해서 쓰면 가능하다. 하지만 뭔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한가지 기능을 하는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그냥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 지점에서 이미 문제해결보다 새로운 과제에 대한 흥미로 주제가 옮겨졌다. 그래서 해본 적 없지만 나는 개발자이고 구글 검색할 줄 아니깐 도전해보았다.
우선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외국 블로그, 국내 블로그, 문서, 책을 참고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MP3 모듈이 사실상 다 해 준다. SD카드에서 파일을 읽고, 디코딩하고, 스피커까지 울려 주는 일을 그 작은 모듈 하나가 한다. 보드가 할 일은 "1번 틀어", "멈춰" 하고 명령을 보내는 것뿐이다. 버튼 두 개를 보드에 물리고, 보드와 모듈을 선 두 가닥으로 잇고, 모듈에 스피커를 붙인다. 그림으로 그리니 십오 분 만에 끝났다.
그 십오 분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순조로운 시간이었다.
첫 번째. 소리가 안 났다. 배선을 다섯 번쯤 다시 보고, 모듈을 의심하고, 스피커를 의심하다가, SD카드가 문제라는 걸 알았다. 이 모듈은 파일을 이름순이 아니라 복사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긴다. 그러니까 내가 "1번 파일"이라고 부른 것과 모듈이 아는 1번이 서로 다른 파일이었다. 정확히는, 소리는 나고 있었는데 내가 엉뚱한 번호를 부르고 있었다. 카드를 포맷하고 파일을 하나씩 순서대로 넣었다.
두 번째. 지직거렸다. 시냇물 소리 사이로 잡음이 섞였다. 검색해 보니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고, 해결책도 이미 다 나와 있었다. 신호선에 저항을 하나 끼우면 된다고 했다. 끼웠더니 조용해졌다. 왜 그런지는 지금도 정확히 설명 못 한다.
세 번째. 버튼이 제멋대로였다. 한 번 눌렀는데 세 번 눌린 것처럼 동작했다. 기계식 접점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짧은 순간을 보드가 전부 읽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건 소프트웨어로 막았다. 한 번 눌린 뒤 잠깐은 무시하게 했다. 웹에서 버튼 연타를 막는 것과 똑같은 일을, 이번엔 진짜 물리적인 이유로 하게 됐다.
네 번째. 이건 부끄러운데, 내가 산 보드는 WiFi가 되는 물건이었다. 전혀 쓸 일이 없었다. 잘 모르는 채로 "괜찮아 보이는 것"을 담았던 대가다. 결국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재생 버튼을 만든 셈이 됐다.
브레드보드 위에서 시냇물이 흘렀다.
버튼을 누르면 재생되고, 다시 누르면 멈춘다. 전화가 와도 시냇물은 흐른다. 휴대폰도 자유다. 처음에 세웠던 목표는 다 이뤘다. 새벽 두 시에 혼자 앉아서 버튼을 눌렀다 뗐다 하면서 꽤 오래 흐뭇해했다.
아내에게 보여 줬다. "오, 진짜 되네." 아기에게도 들려 줬다. 아기는 무반응이었다. 잘 잤다. 원래도 잘 잤다.
여기서 한 번 멈췄다.
브레드보드에 점퍼선이 꽂힌 물건을 아기 방에 둘 수는 없다. 케이스가 필요했다. 3D 프린터를 알아보고, 도면 그리는 법을 찾아보고, 적당한 플라스틱 통을 보다가 계산을 해 봤다. 앞으로 며칠이 더 들고, 그 며칠로 얻는 것은 "직접 만든 케이스"다. 같은 값에 쿠팡에는 케이스는 물론 타이머까지 달린 백색소음기가 있었다.
만드는 즐거움은 이미 다 얻은 뒤였다. 남은 건 즐겁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구간이었다.
지금 아기 방에서 시냇물을 흘려보내는 건 쿠팡에서 산 백색소음기다. 만 몇천 원이었고, 다음 날 왔고, 마감이 아주 훌륭하다. 잘 쓰고 있다. 브레드보드는 서랍에 있다. 가끔 열어 보면 아직도 잘 돈다.
글 앞부분에서 나는 이미 자백을 해 뒀다. "이 지점에서 이미 문제해결보다 새로운 과제에 대한 흥미로 주제가 옮겨졌다."
그 문장이 이 프로젝트의 전부다. 나는 두 가지를 하고 있었다. 하나는 아기를 재우는 것, 다른 하나는 한 번도 안 해 본 걸 만들어 보는 것. 둘을 한 프로젝트에 묶어 두면 양쪽 다 어정쩡해진다.
재우는 문제는 만 몇천 원으로 끝났다. 만들어 보는 쪽은 끝까지 갔다. 모르는 부품을 사고, 안 되는 걸 하나씩 찾아내고, 결국 소리를 냈다. 배선도 저항도 채터링도 그때 처음 만져 봤다.
취미 프로젝트에서 어디까지 만들고 어디서 멈출지 정하는 것도 설계다. 이번엔 "소리가 나면 끝"이었고, 거기까지 갔다. 다음에 또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도 먼저 정하려고 한다. 어디까지가 내 몫이고, 어디부터는 돈으로 사는 게 맞는지.